요즘 노래는 아니다. 10년은 조금 더 된, 방송 전파를 많이 탄 노래도 아니다. 그래서 들을 때면 얼마 전 나온 노래 듣는 것 같다.
첫 소절이 나오면 이미 바람에 일렁이는 가을 갈대밭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하게 된다. 아마도 그의 백발을 닮은 최백호의 목소리 색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에는 많은 것이 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맛보거나 냄새 맡거나 피부에 닿는 느낌과 같이 몸의 감각기관이 스위치가 되어 머릿속 안쪽에 닫혀 있던 기억의 문을 열리곤 한다. 그리고 감각기관에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시간, 공간과 같은 추상적인 회로에 연결된 추억도 있다. 어느 공간을 떠올리면 그곳에서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어느 시간을 생각하면 그 시간에 있었던 일이 눈 앞에 펼쳐진다.
부산 출신 최백호. ‘부산에 가면’은 그의 추억이었을까. 막연히 그럴 거로 생각했다. 그가 쓰고 짓고 부른 노래라고 생각했다. 이 노래는 에코브릿지 이종명이 쓰고 지은 노래다. 부산 출신이 아닌 이가 쓴 부산에 가면 떠오르는 추억 이야기. 아마도 누군가의 이야기겠지.
노래 속 공간, ‘부산’이라는 공간, 두 글자, 한 단어만으로 사람들은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더 구체적으로 부산역 앞, 달맞이 고개, 광안리 공간마다 추억은 공간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기억은 머릿속 닫힌 곳에 있다 휙 하고 추억이 되어 영화처럼 떠 오른다.
‘참 많이도 변했구나’라고 느끼며 추억이라는 거울이 비친 지금의 내 모습을 실감한다. 그러나 추억은 이내 다시 ‘시간이 멈춰버린 듯’ 그때로 나를 이끌고 가서 그곳에 머물고 싶어 한다. ‘손을 꼭 잡고 그때처럼 걸어보자’.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추억은 추억일 뿐. 참 많이도 변하고 너도 이제 없는데.
노래는 과거로든, 미래로든, 어느 공간으로나 우리를 보낼 수 있다. 타임머신이기도 하고, 멀티버스 세계로 드나드는 출입구이기도 하다. 부산 사람은 좋겠다. 부산역, 달맞이 고개, 광안리에 추억이 있는 사람은 좋겠다. 이 노래를 들으며 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나와 다르리라. 나에게도 추억을 불러오는 열쇠가 있는 노래가 많았으면 좋겠다. 내 고향에 가면 어떻고 하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
노래를 다시 들으며 억지로 부산의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애써본다. 부질없다. 추억은 그런 것이 아니다.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고운 머릿결을 흩날리며 나를 반겼던
그 부산역 앞은 참 많이도 변했구나
어디로 가야 하나 너도 이제는 없는데
무작정 올라간 달맞이 고개엔
오래된 바다만 오래된 우리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 이대로
손을 꼭 잡고 그때처럼 걸어보자
아무생각 없이 찾아간 광안리
그때 그 미소가 그때 그 향기가
빛바랜 바다에 비쳐 너와 내가
파도에 부서져 깨진 조각들을 맞춰본다
부산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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