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로맷(The Diplomat)지, 일본 사도섬 금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사를 보고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The Diplomat)’은 8월 7일 “한국의 지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사도 금광(Japan’s Sado Island Gold Mines Designated as UNESCO World Heritage Site With South Korea’s Backing)”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부제목은 “일본과 한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외교, 역사의 의미를 심각하게 왜곡하며, 사도의 어두운 면을 은폐하고 있다”로 적고 있다.

제목에도 그대로 드러났듯이 사도 광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취지에 맞지 않지만, 일본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는데 한국 정부가 한패가 되어 힘을 보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지정 신청을 하며, 사도 광산이 에도 시대의 문화적, 기술적 유산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 이후,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쟁 수행 자금 출처로서 사도 광산의 역할과 조선인 강제 노동 사실을 축소, 은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약 1,200~2,300명의 조선인 강제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모집’이나 ‘배치’라는 용어를 써서 기만하며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다. 조선 총독부는 납치와 인신매매까지 하여 노동자 강제 모집에 직접 관여했고, 1943년 중반까지 조선인 광부 중 15%가 사도섬에서 탈출했다는 기록으로도 강제 노동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니가타현 노동청과 광산 관리를 한 미쓰비시의 기록에서도 강제 노동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이를 부정하고 은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정권 이후 역사 수정주의를 내세우고, 현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역시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이런 일본의 역사 왜곡 입장에 부화뇌동하더니, 급기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 금광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표를 던졌다.

기사에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표현도 있다.

미국인을 비롯해 이 기사를 읽는 세계 모든 사람들은 세계와 자기 민족을 상대로 한 반인륜적 침략 전쟁을 벌인 일본의 역사를 두둔하고 왜곡하는데 기꺼이 함께 하기로 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을 기억할 것이다. 세상 누구도 자기 가족을 유린한 범죄자를 사죄 없이 용서하지 않는다. 그것은 화해가 아니다. 폭력을 당해 피떡이 된 자기 자식을 보고 가해자 편이 되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할 부모는 없다. 그런데 그런 꼴이 벌어지는 것을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저자는 이런 변화가 한국 내 ‘뉴라이트’ 운동으로 대표되는 우경화 경향과 명목상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현 정부의 외교적 고려로 해석된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한일 정부의 이런 행동은 유네스코의 평화 증진 목적에도, 세계유산협약의 국제 연대와 협력 증진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또한, 외교가 자국민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역사의 연속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다.

미국의 외교 전문 잡지가 자기 나라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아시아의 한 광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을 긴 기사로 쓰고 분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고 미국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강제 합병, 식민 지배, 제국주의 전쟁에 관한 인식 차이로 갈등을 겪어 왔다. 아시아에서 일본을 내세워 미국의 패권을 굳게 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책은, 과거 역사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본과 이를 관계 회복의 전제로 내세우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간 입장 차이로 한계에 부딪혀 왔다.

그런데 이번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례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과 자국민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같은 입장이 되었으니, 미국 정부로서는 어리둥절하지만 두 팔 벌려 환영할 변화가 아니겠는가. 사도 광산 유네스코 등재가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한 미국 패권주의 실현의 변곡점이 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가 된다.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일 세 나라 국방부 장관이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 각서(MOC)에 서명한 것을 보면 한일 군사동맹이 현실화하는 것 같아 분노가 치민다.

기자는 기사를 다음과 같이 마쳤다. 우리와 국제 사회가 일본에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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