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러 지역 작은 도서관이 지자체의 예산 삭감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양시, 동두천시 작은 도서관이 줄줄이 폐관하고, 마포구에서는 폐관을 추진하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계획을 물렸다. 이 과정에서 폐관 이유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거나 의견을 듣는 아주 기본적인 소통도 전혀 없었다.
도서관 폐관을 하려는 지자체장들은 지역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이 학창시절 다니던 도서관, 그러니까 도서관을 자신들이 경험한 입시 공부를 하는 독서실 같은 곳으로 여기는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가끔이라고 집 가까운 곳에 있는 공공도서관에 몇 번만 가봤다면 도서관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이루어지는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를 수가 없다. 우리 동네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기만 해도 독서 모임, 강연, 다양한 강습 교실, 소모임 활동이 얼마나 다양하게 열리고 있는지 일정표와 안내, 기록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책을 빌려주고 읽는 것 말고도 말이다.
별의별 정체도 알 수 없는 치적 쌓기 행사, 기괴하기 짝이 없는 조형물과 건축 공사 일부만 줄여도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을 운영할 예산은 충분하다. 고양시장이 2년간 해외 출장(?)에 쓴 돈이면 작은 도서관 20년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외교부 장관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고 경기도 한 도시 시장이 임기의 15%를 세금을 써가며 외국에서 보내야 할 일이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동두천시장, 마포구청장은 작은 도서관을 없앤 예산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묻고 싶다. 얼마나 대단하고 중요한 일을 하길래 지역 아이들과 주민들의 사랑방이고 문화의 터전이며 지식의 전달자인 도서관을 없애려고 하는가. 오히려 더 가꾸고 늘리고 풍성하게 해야 하지 않나?
천박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는 자들을 시장으로 뽑은 우리 탓이다.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공직자를 시민의 손으로 선출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다. 저 사람이 나와 같은 지역이나 학교 출신이라서, 학벌이 좋아서, 인상이 좋아서, 무조건 이 정당 소속이라서 뽑는다면 그 대가를 나와 내 가족이 치를 것이다.
지방으로 긴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그 지역 도서관에 들르곤 한다. 어떤 경우엔 그 지역의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최근에 짓거나 리모델링한 도서관을 가보면 그곳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눈도 즐거운 곳이 많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이런 도서관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서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큰 도서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말이지 그 지역 문화의 심장이고 공부방이며 사랑방과 같은 곳이다. 이렇게 훌륭하고 따뜻한 도서관을 가진 지역 사람들이 부럽다. 더 높은 건물, 더 화려한 네온사인보다 우리 삶에서 살아 숨 쉬는 도서관을 더 많이 갖는 것이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누가 더 우리 지역 도서관 발전에 노력했고, 더 나은 계획이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시민들의 삶은 내팽개치고 외국으로 싸돌아다니며, 아이들과 주민들의 도서관을 깡그리 없앤 것을 치적으로 꼽는 시장을 뽑는 바보 시민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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