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주천-운봉 구간을 걷다 보면 덕산저수지 못 미쳐 노치마을을 지나게 된다. 지리산둘레길 종주를 하는 사람들은 남원시 주천에서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주천-운봉 구간을 1코스라고 흔히들 부른다(지리산둘레길에 구간에는 공식적으로는 순번이 없다). 그러니까 둘레길을 걷기 시작해 개미정지를 지나 첫 번째 고개를 넘고 땀을 좀 흘린 다음 한숨 쉬어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도착하는 곳이 회덕마을이고 그다음이 노치마을이다.

이 구간을 걷는 순례자들은 지리산 서북 능선을 바라보며 걷게 되는데, 지리산 서북 능선은 백두대간의 일부로 노치마을에서 지리산둘레길과 만나게 된다. 노치마을은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1,600km에서 유일하게 가로지르게 되는 마을이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노치샘 뒤로 등산로 입구가 있는데, 이리 오르면 백두대간길로 수정봉, 여원치로 이어진다.
이 지역에는 갈대가 많아 ‘갈재’로 불렸는데, 한자로는 갈대 로(芦)에 언덕 치(峙)로 써서, ‘노치’가 되었다. 지금은 이웃마을인 회덕리와 합쳐져, 덕치리로 남원시 주천면에 속한다.

노치마을에는 이곳이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을 알 수 있는 상징이 많은데, 건물 벽 전체에 한반도가 그려져 있는가 하면, 마을 당산나무 옆에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돌을 깎고 안내석을 세웠다. 그리고 당산나무 옆에는 깨어진 커다란 바윗덩어리 다섯 개를 유리 상자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한반도의 기운을 끊기 위해 백두대간 길목인 이곳에 묻어 둔 것을 파낸 것이라고 한다.
마을 중앙에는 지금도 맑은 물이 쉬지 않고 솟아나는 샘물이 있다. 노치샘이라는 이름의 이 샘물은 고려시대에 판 이래 지금까지 마을의 귀중한 식수원으로 지금까지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진 마을답게 이 마을은 수백 년이나 된 보호수가 여러 그루 있다. 마을회관 앞 느티나무는 500년이 넘게 마을의 중심을 지켜왔고, 그늘은 지금도 쉼터 역학을 하고 있다. 노치샘 뒤로 올라가는 등산로에는 커다란 소나무 네 그루가 나란히 병풍처럼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산림청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보호수로 선정되었다.

이렇듯 노치마을은 오랜 역사와 함께 이야기도 많고, 자랑거리도 많다. 지금도 노치마을은 백두대간을 걷는 대간꾼과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들러 쉬어가는 곳이다. 백두대간을 걷든, 지리산둘레길을 걷든 노치마을에 들르게 되면 서두르지 말고 배낭을 내려놓고 땀도 식히면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며 오랜 시간이 남긴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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