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닌 드보르자크: 보헤미안 숲에서, Op. 68, 5. 침묵의 숲
Antonín Dvořák: From the Bohemian Forest, Op. 68: No. 5 Waldesruhe
오늘 아침을 시작하는 노래. 무슨 노래를 들을까, 재생목록을 뒤적이다 요요 마(Yo-Yo Ma)의 추천 목록에서 재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가 연주한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Silent Woods(침묵의 숲)를 골랐다. 요요 마는 이 곡을 재클린 뒤 프레보다 더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자신이 연주한 곡도 사람들이 많이 듣는 곡 순위 높은 곳에 있는데도, 재클린의 연주에는 감정이 열정적으로 쏟아지는 특별함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하지만 요요 마의 연주에는 그의 다른 연주들처럼 따뜻함이 가득하다.
이 노래를 이른 아침 안개가 깔린 조용한 소나무 숲에서 들으면 어떨까. 소나무 숲은 넓은 잎 나무 숲보다 조용하다. 바람이 멈춘 새벽 소나무 숲은 새들의 소리도 멈춘 침묵 그 자체다. 드보르자크가 이 곡을 쓸 때 숲속의 침묵을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처음 제목은 ‘침묵’이었으나 아니었을 것이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침묵’은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닌 수많은 나무에 둘러싸인 속에서 느끼는 고요한 교감이라고 생각한다.
침묵 자체가 평화는 아닐 것이다. 고통의 침묵 또한 있다. 공포의 침묵도 있다. 우리가 희망하는 침묵은 서로 교감 속에 느끼는 평화로움이 가져다 주는 고요일 것이다. 다툼과 두려움이 있는 곳에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긴장으로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과 신경 자극으로 시끄럽기 그지없다. 이런 침묵은 평화의 침묵이 아니다.
드보르자크가 처음 작곡한 대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연주를 들으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피아노 두 대가 대화를 주고받는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소리가 없는 침묵이 아니라, 그 어떤 잡념과 방해가 끼어들 수 없는 평온함이 가득 자리 잡게 된다. 이 순간 나에겐 다른 무엇도 들리지 않는 절대적인 고요, 침묵의 상태가 된다.
고요함, 평화가 필요할 때 이 노래가 함께 있으면 된다. 음악의 힘은 얼마나 놀라운가.
-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
Orchestra: Chicago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Daniel Barenboim
-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
*** 침묵의 숲(Waldesruhe, Silent Woods)은 원래 피아노곡으로 썼으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하였다. 드보르자크가 1892년 미국 뉴욕 내셔널 음악원 원장으로 초청받아 떠나기 전 작별 콘서트에서 연주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해서도 편곡하였다. 요즘 듣게 되는 유명한 녹음은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이 많아 보인다. 첼로 편곡 출판 당시 드보르자크는 제목을 독일어로 Die Ruhe(침묵)이라고 지었지만 최종으로는 Waldesruhe(침묵의 숲, Silent Woods)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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