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맞아주는 산

감악산 까치봉 아래 툇마루 닮은 작은 터, 도봉산 여성봉 옆 바위, 한강 하구와 마주한 검단산 산허리. 자주 올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곳들이다.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훤히 펼쳐진 자연을 마주하고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겹겹이 층을 이루고 아득히 펼쳐진 봉우리와 출렁임이 보이지는 않지만 거대한 움직임으로 흘러가는 강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하는 생각, 고민, 감정이 작고도 단순하게 느껴진다. 살아가며 어찌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한 가지 생각에 하루 종일 사로잡혀 끙끙거리기 일쑤인데, 사실 결정을 내리지 못해 망설일 뿐 답은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얽힌 생각이 대개 그렇다.

생각하기 싫어, 선택하지 못해, 미련이 남아 주저하고 뒤로 미루어 놓은 것은 저절로 해결되는 법이 없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 아니라, 납득하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산에 올라 대하는 하늘과 구름과 바람, 빛깔은 매번 다르다. 그러나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맞아준다. 어머니 품처럼 언제나 나를 대해주기 때문에 편안하고 솔직하게 나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매주 산에 올라 마음의 짐 하나씩 내려놓았다. 내가 아무리 변해도 산은 늘 말없이 맞아주고 내 얘기를 들어줄 것이다.

산에 올라 내 얘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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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fellow hikers and friends!
I am S. LEE. I’m a hiker and dream of one day spending most of my time on long distance trails. I love to breathe in nature and think about how humans can live in harmony with nature as part of a community of life. Sometimes I talk about music, movies, and books with my friends.
This a my life log, nothing special, but I hope you’ll joi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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