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양 성곽을 따라 걷는 한양도성길은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으로 이어져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숲길을 걸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서울 시내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첫 번째 특별함이라 할 수 있다.
한양도성길 중에서도 나는 살던 곳과 가까운 인왕상~북악산 구간을 자주 찾는다. 여름철이면 하루 일을 마친 후에도 해가 지기 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어서 다른 계절보다 더 자주 도성길을 걷는다. 붉게 물든 해가 거대한 도시와 산이 함께 이어진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풍경은 뿌듯함으로 가슴을 채우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한양도성길을 걸으며 만나는 또 다른 특별함은 계절마다 갖가지 예쁜 들꽃을 보는 것이다. 성곽길은 대부분 양지바른 곳이어서 길가에 때로는 성곽 돌 틈 사이에서 작고 예쁜 들꽃을 아주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번 봄에도 여러 들꽃을 볼 수 있었다. 해마다 만나기 때문에 고향 친구 만나는 기분으로 인사하고 때로는 허리 숙여 얼굴을 가까이하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개별꽃, 제비꽃, 졸방제비꽃, 현오색, 괘불주머니, 서양민들레, 애기똥풀, 개망초는 눈을 낮추고 사랑스럽게 보아야 한다.






키 작은 들꽃뿐 아니라 성곽길 옆 자라는 나무들도 사계절 꽃을 피운다. 특히나 봄이면 눈부시게 하얀 꽃을 풍성하게 피우는 나무가 많다. 팥배나무, 아카시아, 이팝나무가 산을 하얗게 치장하고 그 사이 개나리, 황매화, 죽단화가 심심하지 않게 노랗게 치장한다. 또 색을 뽐내지 않고 수수한 꽃을 피우는 나무들도 있다. 딱총나무, 국수나무가 그런 시골 색시 같은 꽃이다.



키 작은 꽃들은 허리를 숙이고 눈을 아래로 향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살피고 키 큰 나무에 피는 꽃은 고개를 들어 멀리 눈길을 주며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지금도 이 길에는 새로운 꽃이 피고 또 어떤 꽃은 지고 열매를 맺는다.
한양도성길은 서울이 거대한 삭막한 도시가 아닌 자연이 함께 하고 사람과 생물이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는 도시란 것을 보여준다. 이 길이 없었다면 얼마나 서울살이가 삭막했을까. 참으로 특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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