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MBC 대학가요제에서 노래를 부르는 형, 누나들은 정말이지 멋짐 그 자체였다. 내게 대학생은 대학가요제에 나오는 대학생의 이미지가 거의 전부였다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해마다 대학가요제 본선이 TV로 방송될 때면 난 TV 앞에 붙어 앉곤 했다.
그러다 내가 대학생이 된 후 대학가요제는 내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수상자는 별로 없다. 딱 한 팀만 빼고. ‘무한궤도’. 그날 이후 전설이 된 ‘그대에게’의 전주는 내게도 충격이었다. 전주 딱 두 소절이 지나자, ‘대상이다!’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보컬 신해철의 목소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 후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하게 되고 대학가요제는 학생들이 학창 시절 추억 쌓기 정도의 이벤트로 여겨졌다. 많은 가수가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를 통해 가수로 데뷔하던 그 시절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
김동률이라는 걸출한 가수가 내 귓가에 들리게 된 것은 그가 밴드 전람회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후 발표한 앨범을 통해서다. 이미 80년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대중음악 흐름과 나뿐만 아니라 세상의 관심에서 대학가요제가 멀어져 가며, 이제 그가 대학가요제 출신이라는 것은 그의 인기 근거를 뒷받침하는 수사일 뿐이었다.
김동률과 서동욱의 밴드 ‘전람회’는 밴드 제목에서부터 그들이 부른 노래와 가사에서 당시 주류 음악과는 별 연관 없는 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의 음악은 오히려 이전 세대 대학가요제 시절 노래를 닮아 있었다. 그러나 아주 세련되게. 김동률의 이력을 나중에 알고 난 후 쉽게 납득할 수 있었지만.
‘Exhibition’ 같은 앨범을 또다시 발견할 수 있는 때를 만나고 싶다. 이런 설레는 젊은 청춘이 있나. 이 젊은이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나도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눈물도 찔끔 난다.
‘기억의 습작’은 전람회의 대표곡이기도 하지만, 김동률이 이후 어떤 음악가가 될지 확실하게 보여준 곡이다. 이후 그가 솔로 앨범을 냈을 때, ‘기억의 습작’을 떠올렸다.
‘세상의 문 앞에서’는 아주 재미있다. 거기서 신해철의 목소리를 듣게 되다니. 생각도 못했다. 정말 유쾌했다. 이렇게 한 시대가 다음 시대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줬다. 이 곡은 작곡도 훌륭하지만, 가사가 또한 돋보인다.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보는 것 같은 느낌. 그런 곡에서 신해철이 함께 부르다니 멋지지 않나. 젊은 청춘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런 멋진 가사를 요즘 노래에서도 듣고 싶다.
얼마나 아름다운 젊음인가.
늘 내가 꿈꾸던 길이었지만
아쉬움도 많아 힘들어 했지
눈 앞에 열려있는 낯선 세상들이
쉽게 반겨주진 않아
두려움이 없진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숨쉬고 있는 걸
난 꿈꾸며 살꺼야
세상의 문 앞에서 쓰러지진 않아
내 눈감는 날에 내 노랠 들으면서
후횐 없을꺼야
내가 택한 길은 영원한 것
첨 설레는 맘으로 내딘 발걸음
가끔 지친 몸으로 주저않지만
나 살아온 날만큼 다가올 내일도
내가 책임져야 하네
쉽게 만족할 순 없지만
그저 내 안의 깊은
고독과 싸우는 것
난 꿈꾸며 살꺼야
세상의 문 앞에서 쓰러지진 않아
내 눈감는 날에 내 노랠 들으면서
후횐 없을꺼야
내가 택한 길은 영원한 것
난 꿈꾸며 살꺼야
세상의 문 앞에서 쓰러지진 않아
내 눈감는 날에 내 노랠 들으면서
후횐 없을꺼야
내가 택한 길은 영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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