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일피일 미루던 일을 하나 마쳤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 등록했다. 지지난주 전화로 등록기관에 상담 예약을 잡았고, 그저께 기관을 방문해서 상담과 작성을 마쳤다. 내 생명을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내 의지와는 다른 결정이 내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목적이지만, 결심하게 된 더 큰 이유는 연명의료 결정의 어려움을 가족에게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다.
아버지 임종 시기 연명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던 이후 오래도록 나와 가족들은 마음에 죄책감을 가져야 했다. 아버지 마음은 어땠을까? 아버지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미리 생각하고 준비했다면 좀 더 인간적인 임종을 맞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생각은 특별한 결심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럽다. 다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각의 결과다.
김수환 추기경은 장기 기증이 생소하던 때 몸소 장기 기증을 서약하고 선종하셨을 때 안구 기증이 이루어지며 장기 기증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인체 기증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이때다.
인체 기증에는 장기 기증과 골수 기증, 시신 기증, 안구 기증, 조직 기증 등이 있다. 이중 사람에 따라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기증자의 생각에 따라 형태는 달라진다.

나는 내가 기증할 수 있는 것은 다 기증하려고 한다. 골수는 이미 기증할 수 있는 나이를 지나 미리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인체 기증은 기증자 본인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이해와 동의도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존중하고 의미를 이해한다면 임종이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난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난 어떤 임종을 맞을 것인가. 오래 전부터 생각을 했고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오래 생각하고 준비한 것을 형식적 절차로 매듭지으련다. 그중 하나를 마쳤고 나머지도 하나하나 매듭지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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