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신경림 선생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장에 선생의 시집이 몇 권 꽂혀있는데, 마지막으로 꺼내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몹시 화를 내야 할 자리에서도 푸근한 인상만을 짓고 계셨던 선생의 시는 표정과도 닮아 마음 잡지 못해 불안에 떨던 청춘에게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건네주곤 했다. 편안했다. 선생의 시는. 쉽게 읽히는 문장과 호흡. 고향 논둑을 걷는 것 같은 평화를 느꼈다.
시집을 손에서 놓은 지 오래 되었지만, 하늘의 부름을 받아 가신 소식을 접하고 선생의 시를 다시 읽어 본다.
지금쯤 낙타를 타고 가시려나.
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 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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