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산에 즐겨 오르면서도 등산에 관해 제대로 배운 것이 없어 여러 번 마음이 구차해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러다 몇 해 전 국립등산학교의 교육생 모집 공고를 보고 과목을 보니 참 유익하다 싶어 기쁜 마음으로 신청하고 ‘등산’ 공부를 몇 달간 하였다.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과정 앞부분에서 등산의 기원을 살피는 시간이 있었다. 18세기 유럽의 ‘알피니즘 Alpinism’을 근대 등산의 시작점으로 삼고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통해 전파된 것이란 내용이다. 알피니즘 태동 이전 유럽인에게 산이란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알프스 몽블랑을 오르며 근대적 등산의 개념인 알피니즘이 형성되고 널리 퍼진 것이란 설명은 유럽인에게는 당연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유럽도 아니고 유럽인도 아닌 우리가 이것을 우리 등산의 기원으로 보는 것은 억지스럽다고 여겨졌다. 주말 북한산을 오르는 사람을 붙잡고 등산의 역사를 물어보면 기원이 알프스 몽블랑에서 시작되어 지금의 북한산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지금과 같은 장비와 방식으로 등산, 등반을 하는 행위는 우리 땅에서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산을 오르는 행위가 유럽인과 일본인,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것과 같지 않을진대 그것을 보편적인 ‘등산’의 기원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무엇이든 서구로부터 시작과 기원을 찾는 것은 다른 것을 떠나 우선 논리적이지 않다.
그날의 의문 이후 우리 민족에게 산은 어떤 대상이었는지(유럽인에게처럼 공포의 대상이었는지), 산에서 이루어지는 사람의 활동(스포츠, 휴양, 문화, 예술 등)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지난 과정과 현재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우리 역사에서 산과 관련한 활동에 관한 자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연구도 많지 않아 윤곽이라도 찾고 싶었던 마음은 곧 실망과 아쉬움이 되었다. 대부분의 자료와 연구는 조선시대 유산기 遊山記에 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각과 당시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꽤 도움이 되었지만 ‘등산’과 ‘산과 사람’의 생활, 인식을 이해하는 데는 아주 부족했다.
우리 등산의 기원으로 시작한 궁금증은 그대로인데 생각만 많아졌다. 앞으로 공부하고 생각할 갈래 몇 가지는 찾았다. 천천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찾아보고 궁리해 보려 한다. 대략 이런 내용들이다.
- 우리나라 근대 등산의 기원. 특히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등산 문화와 조선인들의 등산 활동.
- 해방 후 한국 등산의 발전 과정. 그리고 알피니즘과 등산의 분리 과정.
- 친일 등산가들의 이력 세탁 과정과 현재 한국 등산 조직의 현황.
- 근대 이전 우리 민족에게 산과 생활. 등산, 산림 문화 전반. 인물 발굴.
- 한국인에게 등산이란?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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