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 가을 지리산둘레길에서는 소풍을 떠난다. 올해도 어김 없이 봄 소풍을 5월 18일(토) 떠나게 된다.
지리산둘레길 지역별로 열리던 예년과 달리 올봄 소풍은 하동 한 곳에서 진행한다.
지리산둘레길이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에 걸쳐 있다 보니 소풍도 각 지역 센터가 중심이 되어 지역별로 열렸다. 작년 가을 소풍은 전 구간 개통 10주면 기념으로 12개 코스에서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진행했다. 그런데 올해는 하동 한 곳에 모집 인원도 50명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행사를 축소한 것일까. 올해 지리산둘레길에는 6개의 순례자센터가 있어, 순례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안내하며, 숲길의 유지와 관리도 맡고 있다. 4~5명의 인원으로 그 일을 다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2021년 국가 숲길로 지정되며 예산 지원과 인력 확충이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였다. 사단법인 숲길과 지자체가 운영 관리하다 국가 차원으로 관리를 한다니 나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작년, 올해 내가 지리산둘레길을 걷고 순례자센터에 들러 들은 이야기는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특히 올해는 각 센터 직원 정원을 절반 이하로 줄여버린 것이다. 한 센터가 관리를 맡고 있는 구간이 적게는 3개, 많게는 7개인데 두 명의 인원으로 순례자 안내, 숲길 관리, 행정 업무까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숲길 관리 작업은 2인 1조가 기본인데 센터를 비우고 가야 하거나 아예 가지 말아야 하지 않는가. 최저 임금에 계약도 1년 단위로 갱신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재계약도 보장되지 않는 처우인데 게다가 인원까지 줄이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예산이 없다는데 코딱지만 한 이 예산을 줄여 어디에 쓰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산림청의 산림 복지 예산은 복권 기금을 주요 재원으로 한다. 유치원 아이들의 숲체험, 노인과 장애자를 위한 산림치유가 다 이 돈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세금도 아니고 복권으로 형성한 기금을 산림복지에 쓰는 것인데 이를 줄여 무엇에 쓴다는 말인가.
그러더니 지리산둘레길의 연중 중요 행사인 소풍마저 이리 축소한다는 말인가. 지금의 순례자센터 인원으로는 행사를 크게 하고 싶어도 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지금의 두 배 이상 센터 직원이 있던 과거에도 인원이 부족하여 소풍 때면 센터 직원 외에도 지리산둘레길에 애정을 가진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행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코로나 감염병 유행으로 모든 활동이 위축되었다 겨우 이전 생활 수준으로 회복한 지금 국민을 위로하고 숲과 자연에서 삶의 기운을 찾아가는 데 힘써야 할 국가가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있기나 한 것인가. 차라리 국가 숲길 지정 이전처럼 국민과 지자체에게 권한과 책임을 돌려 주고 국가는 지원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잔뜩 기대했던 봄 소풍이 축소되어 진행될 것이란 소식에 몹시 속이 상한다. 지리산과 둘레길을 사랑하고 힘들고 지칠 때면 찾아 위로와 힘을 얻었던 사람이 나뿐이 아닐 것이고 많은 이들이 실망할 것이다.
2015년 산림복지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산림복지를 위한 제도와 시설, 인력 양성 등이 빠르게 확충되었다. 아직 부족한 점도 있고 고쳐야 할 것이 있겠지만 산림복지는 국민에게 꼭 필요하고 가치와 성과 역시 크다. 산림복지 역사가 오랜 유럽 선진국을 부러워하는 나라에서 우리도 선진 복지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는 자긍심이 있었다. 부디 국민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실현되길 바란다.
지리산둘레길의 주인은 정치와 행정 관료가 아니라 국민이다. 지리산둘레길에는 길을 닦고 잇고 걷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는 것을 책상물림 관료와 정부는 깨닫고 충실한 지원자의 역할로 물러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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